뉴스

[제1회 청춘문예상 심사평] 상징의 구현, 미래의 전망

입력 : 2018-02-08 14:13:00
수정 : 0000-00-00 00:00:00

[제1회 청춘문예상 심사평]

상징의 구현, 미래의 전망


지역의 협동조합신문이란 것도 남다른데, 최전방 분단 접경 지역이라는 또 하나의 상징은 <<파주에서>>의 성격을 보다 분명하게 세워준다. 여기서 통일을 지향하는 주제를 내걸고 문예상을 공모하는 것 또한 역사 사회적 상징성과 아울러 그 당위성을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들릴 법하다. 따라서 미미한 시작이지만 결코 주제와 상징성을 가벼이 여길 수 없어 심사자들은 시종 신중한 태도로 응모작들은 검토하였음을 먼저 밝혀둔다.

모든 문예상은 우선적으로 문학적 기본기와 그 향기에 중점을 둔다. 아무리 주제에 걸맞는 가열찬 호소를 하여도 그것이 문학의 모습을 띠지 않고서는 경쟁의 대열에 뽑힐 수는 없는 것이다. 백일장도 아닌 문예상에서 주제를 제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통일이란 거대한 주제, 그것도 통일 이후의 모습을 전망해 보는 주제는 작품의 한계를 이미 노정하고 있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통일의 당위성과 환상적 전망에 대한 선동적이고 구호적인 외침은 문학의 영역이 아니어서 그 열정적인 응모자들의 작품이 본심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헤아려주시기 바란다.

대체로 응모자들의 작품이 자신과 이웃의 구체적인 현실에 뿌리박지 못하고 관념적으로 통일을 바라보고 있는 점은 우리의 청춘 세대가 통일을 이해하는 데 부대끼는 한계에 기인하고 있음은 사회적 현상이라 할 것이다. 분단의 세월이 70년이 넘었고, 지금 청춘들은 그것이 피부로 체감되지 않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문학은 상상력으로 그것을 극복하여 통일과 그 후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문학이 갖는 힘이다. <피지 않는 꽃> 응모자는 그 서정성과 운율이 좋았으나 내용과 구성은 평이했다. <상봉>은 시를 발견하는 아주 좋은 눈을 지니고 있는데, 시선의 깊이와 균형, 그리고 형상성을 단련한다면 큰 발전이 기대되었다.

이런 선별 과정 끝에 심사자들은 공히 <哭>을 치켜들었다. 시를 직조하는 기술이 있었고, 언어의 절제미 또한 터득하고 있어 완성도가 높았다. 짧고 간명하지만 푸른 허공에 선명한 한 줄기 빗금을 긋는 형상성이 돋보였다. 그리고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들도 평균적인 완성도를 지니고 있어서 믿음이 갔다. 그래서 청춘 문예상 첫 회의 한 획을 긋는 이미지를 구현한 이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내밀한 생활과 현실보다는 관념에 치우치는 점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임을 짚어두고 싶다. 

산문에서는 <옆집 사람들>이 독보적으로 눈에 띄었다. 통일 이후에 벌어질 수도 있는 사회 현상의 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잡아채어 예방주사 한 방을 놔주는 작품으로 읽혔다. 통일 이후에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사온 여자 친구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북한 출신은 저열한 국민으로 멸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호감을 악감으로 표출한 소년이 자신과 그 친구를 함께 치유해 가는 과정이 잘 형상화되었다. 이는 문예상에서 제시한 주제에 가장 잘 부합하였고, 문장의 성실함과 현실감과 구성력은 문학적 수련이 진행중임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그 구성은 익히 보아온 바, 현 사회의 ‘왕따 문제’를 그대로 차용하여 사건의 전말을 쉽게 유추할 수 있어 신선감이 떨어지고, 문제의 해결을 현실에서 고민하지 않고 꿈을 통해 해결하려는 소극성은 작품의 힘을 떨어뜨린다는 걸 지적해 둔다.

청춘 문예상에 첫 발자국을 찍은 두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두 사람은 각자 문학의 성을 구축할 잠재력이 풍부하여 현재의 완성도보다 미래의 발전성에 기대를 걸고 뽑았다는 것을 오래 기억해 주기 바란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밝은, 청춘 아닌가!


-심사위원 : 박종일, 김경옥, 박윤규, 천호균, 김종도


*시상식은 2월 26일(월) 저녁 7시  「파주에서」 대의원대회에서 갖습니다. 

「파주에서」 파주시 아동로 22 장안미래상가 201호



#82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